'취임 72시간' 트럼프의 관세전쟁 광풍…그 뒤에 강경파 나바로
백악관 무역정책담당 선임고문으로 관세정책 핵심 역할
'혼란'까지 의도된 관세전략…"관세 만병통치약처럼 다루면 안돼" 비판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백악관으로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사실상 전방위적 관세를 통해 더 빠르고 더 강압적으로 치고 나왔다.
트럼프가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행정명령을 내리고 72시간 동안 전세계가 돌아온 트럼프식 대혼란에 빠져 들었다.
일단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관세는 한 달 유예되고 중국은 제한적인 보복대응으로 당장은 혼란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전략에서 혼란은 실수 혹은 오류가 아니라 의도한 것이어서 향후 각국과 벌이는 무역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라는 목표 아래 경제를 위해 벼랑 끝 전술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첫번째 임기 때보다 더 기꺼이 경제적으로 강압적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집권 2기의 무역전쟁 초기 관세 강경파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백악관의 무역정책 담당 선임고문을 맡은 피터 나바로가 가장 눈에 띈다. '웅크린 호랑이', '다가오는 대중국 전쟁' 등 다수의 대중 비판서적을 출간한 나바로는 1기에서도 미중 무역정책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바로에 대해 "백악관 핵심인물로서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장 크게 지지하는 인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나바로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습격 사건 조사에서 소환장을 거부해 모독죄로 4개월 동안 복역했다. 지난해 7월 나바로는 출소 다음날 공화당 전당대회로 날아가 트럼프를 열렬하게 지지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용 사진 '머그샷'을 남겼다는 점을 상기하면 나바로는 트럼프와 동고동락한 사이라고 볼 수 있다.
FT가 인용한 한 소식통은 "나바로가 핵심 인물이 됐다"며 "트럼프는 그를 '나의 피터'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가 관세와 무역와 관련해 최대의 압박을 노리며 '겁주기' 위해 나바로를 공개석상에 자주 내보낸다고 FT에 말했다.
나바로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의 관세 전략에서 혼란은 실수나 오류가 아니라 오히려 특색적인 기능으로 협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바로는 4일 폴리티코 주최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의 최근 행동이 생각만큼 "혼란스럽지 않다"며 "오히려 천재적인 일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즉각적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혼란적 전술이 천재적일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불확실성과 혼란은 트럼트 관세전략의 핵심적 특징임은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예상보다 풍부한 무역 청사진을 갖고 백악관에 입성했다"며 "트럼프의 관세 전략에서 혼란은 실수 혹은 오류(bug)가 아니라 특징(feature)"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무역 외교를 연구해온 마이론 브릴리언트는 WP에 "트럼프는 관세에 대한 게임 플랜을 갖고 취임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를 경제를 넘어 외교 문제까지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처럼 다루면 세부 목표 달성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가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일종의 양보를 얻어내고 관세 부과를 연기한 것은 금융시장의 붕괴라는 공포에 굴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고 W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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