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서 광화문까지 줄 섰겠다"…점심시간 사전투표 열기 '후끈'
여의도·종로 직장인 몰려 북적…대기줄 170m, 1시간 걸려 투표
"내일 아침 일찍 오자" 포기하는 발걸음도…"기다린 게 아까워"
- 박혜연 기자, 신윤하 기자, 권진영 기자,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신윤하 권진영 유수연 기자
"한 시간 기다려 겨우 투표했어요."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사전투표소 여의동 주민센터 앞에는 오전 11시 30분쯤 점심시간을 활용해 사전투표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붐비면서 100m가 넘는 대기줄이 늘어섰다.
10분이 지나자 관외 투표자 대기 줄은 170m 정도까지 늘어섰다. 2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주변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한 시민은 지나가다가 "뭔데 이렇게 줄을 서느냐, 투표 때문에?"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택시를 타고 급히 주민센터 앞에 도착한 사람들 얼굴에서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아니 벌써 이렇게 많아"라는 탄성과 한숨이 곳곳에서 터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는 윤채영 씨(39·여)는 "이렇게까지 투표 열기가 뜨거울 줄 몰랐다"며 "(점심시간이) 빠듯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이 줄을 보니까 뿌듯한 것도 있다"고 웃었다.
윤 씨는 "말도 안 되는 계엄 같은 건 안 하고 청렴하고 일을 잘하는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무사히 점심시간 내에 투표를 끝내고 인증샷까지 찍은 직장인 정소연 씨(29·여)는 "점심시간은 11시 30분부터인데 오늘은 먼저 빨리 나왔다"며 "40분 기다렸고 밥도 못 먹어서 가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주민센터에서도 점심시간쯤부터 4층 투표소로 올라가는 경사로를 따라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들자 4층에 있던 직원이 1층까지 내려와 안내했다.
투표소에서 나온 한 시민은 직장 동료와 마주치자 "(줄이) 엄청 길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전 11시 50분쯤 한 투표 사무원은 "지금 줄이 길어서 마포구 외 거주자는 올라가도 바로 투표를 못 한다"고 외쳤다. 투표하러 온 시민들은 "이 줄이 4층까지 간다고요?"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라며 저마다 사무원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던 한 노인은 "계단을 따라 줄을 서야 한다"는 사무원 말에 민망한 듯 "무릎이 아파서"라고 해명했다.
점심 식사 대신 빵을 먹으면서 대기 줄에 서 있던 김 모 씨(55·남)는 "선거 당일날은 시간이 없어서 지금 투표하러 왔다"며 "평일에 사전투표하는 거라 사람이 어느 정도 많을 거라 예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낮 12시 30분쯤 햇볕이 점차 뜨거워지자 양산을 펼쳐 동료들과 나눠 쓰며 대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결국 "내일 아침 일찍 오자"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과 '투표하고 들어가겠다'는 동료에게 "시간이 안 될 것 같다"고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시간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도 긴 줄에 혀를 내두르긴 마찬가지였다. 지나가던 한 노인은 "줄이 광화문까지 섰겠다"고 과장스럽게 말했다.
한 남성은 옆에 서 있던 여성 동료에게 "한 시간은 기다려야겠다"며 "차 한잔하고 다시 오자"고 제안했다. 같이 투표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직장인 3명 무리는 "저 밑까지 줄이 섰네, 열성이 대단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투표했다는 30대 직장인 여성 남 모 씨는 "기다린 게 아깝기도 해서 끝까지 기다려 투표를 마쳤다"며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투표율은 10.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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