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결정타 국수본 '한국 FBI'로 거듭나나
체포 작전 결정적 역할…광역수사단 동원 경호처 흔들기
수사권 조정 산물…"정치적 중립·수사 독립성 강화" 필요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2차 체포 작전에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한 경찰이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향후 국수본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주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다. 15일 체포 작전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배경에는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경호처 흔들기'와 대대적인 광역수사단 동원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특수단은 이날 체포영장 집행에만 약 1120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공수처에 파견된 형사팀만 약 570명이고, 경찰청 및 서울·인천·경기남부·경기북부경찰청 안보수사대 450명과 인천경찰청 반부패·형사기동대 100여 명으로 구성된 경찰팀이 체포조에 포함됐다.
또한 2차 체포 작전을 준비하는 사이, 경찰이 박종준 전 경호처장 등 주요 간부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압박하는 등 경호처를 내부적으로 흔드는 '심리전'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수단은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영장 집행에 협조한다면 선처한다'는 메시지로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쓰는 유화 전략을 폈다. 실제로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찰과 공수처는 경호처 저항 없이 관저 앞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체포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국수본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수본은 검경 간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경찰 수사 독립성과 수사역량 제고를 목표로 2021년 출범했다. 수사국과 형사국, 안보수사국 등 주요 경찰 수사 기능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한국형 FBI'를 지향한다.
그럼에도 국수본은 그동안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국수본부장의 계급도 치안정감으로 경찰청장(치안총감)보다 한 단계 아래인 데다, 직제상 국수본이 경찰청의 '하부 조직'으로 구성돼 있어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또 원칙적으로는 경찰청장이 국수본의 수사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지휘·감독을 허용하는 단서 조항이 있다. 이는 국수본의 수사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많이 지적됐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내란죄' 수사 관할 주체인 국수본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회에 국수본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성을 더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정권이 바뀌어도 수장이 바뀌지 않는 미국 FBI처럼, 국수본이 정치적 압박으로부터 온전해야 제 역할과 기능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립 기구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이 신설된 후 고속 승진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계엄 당시 위법한 명령을 거스르지 못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 사태가 정리되고 나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헌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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