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159㎞ 질주'가 부른 참사…'거짓 참회' 50대의 최후[사건의재구성]
포르쉐 몰다 2명 사상 사고…법원, 징역 6년→7년
재판부 "술타기 행위, 책임회피…진정 반성하는 지 의문"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지난해 8월 자신의 포르쉐를 몰다 음주·과속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51)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일 열렸다. 이 사건은 가해 운전자가 '음주사고 후 술타기'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검찰 의견 제시해 주시죠"라는 재판부의 말에 검사는 미리 준비한 장문의 글을 읽어 나갔다.
당시 검사는 "피고인은 음주 상태로 159㎞의 속도로 운전하는 등 15분 정도의 거리를 5분 만에 돌파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 피고인은 사고 직후 병원에서 빠져나와 술을 사 마시는 등 음주 수치를 인멸하려는 시도까지 했다"면서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로 인해 검찰은 피고인의 음주 수치를 0.036%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음주, 술 타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도 없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더라도 그 처벌이 상응하는 처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에게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 형량인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피해자와 그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면서 재판부와 방청석에서 오열하고 있는 유족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눈물까지 보였다.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24년 6월27일 오전 0시45분께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광장 사거리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자신의 포르쉐를 몰다 경차(스파크)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스파크 운전자 B 씨(20·여)가 숨졌고, 동승했던 C 씨(20·여)도 크게 다쳐 뇌사 판정을 받았다.
당시 A 씨는 제한속도 50㎞ 구간에서 159㎞로 직진을 하다가 좌회전 중이던 스파크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측정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4%였다. 하지만 이 수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수는 없었다. 병원을 벗어났던 A 씨가 병원과 자택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해 마셨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A 씨의 진술과 술을 구입한 영수증 등 정황 증거를 토대로 위드마크를 적용해 0.051%인 '면허 정지' 수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의 역추산 방식만으로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검찰은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 정지' 수치인 0.036%로 재조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집행유예 기간이었음에도 범행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7년 6개월을 구형했던 검찰 역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에서 A 씨는 갑자기 돌변했다. 음주 운전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1심에서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어떠한 벌도 달게 받겠다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심에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지급하며 합의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하지만 당심에 이르러 음주 운전 범행을 부인하는 취지로 주장한 피고인이 과연 잘못을 정직하게 인정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과거 비슷한 범행으로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이 사건 당시에도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경각심 없이 술에 취해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면서 "또 수사기관의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술타기'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당심에 이르러 상해를 입은 피해자 가족이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지만, 이는 원심 양형 판단에서 이미 반영된 것으로, 피해자 상태가 호전된 것은 피고인의 감경 사유도 아니다"라면서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돼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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