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캐롯손보 품을까…합병 땐 車보험 '빅4' 턱밑 추격
합병 시 車보험 판매 건수 250만건…5위 메리츠 넘어 4위 KB손보 위협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한화손해보험이 자회사 캐롯손해보험(이하 캐롯)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손보와 캐롯이 통합에 성공할 경우 자동차보험 판매 건수에서 5위사 메리츠화재를 넘어서게 된다.
자동차보험 시장은 삼성·DB·현대·KB손해보험 상위 4개 손보사의 점유율 85% 이상이 유지돼 왔다. 최근 5년 사이 비대면 전문사, 보험사온라인(CM)채널의 판매 비중이 많이 증가한 만큼, 한화손보가 캐롯을 흡수합병 할 경우 30년 가까이 유지된 자동차보험 상위 4사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효일 캐롯손보 대표는 지난달 26일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 등 여러 안을 고려 중인데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롯은 이달 초 한화손보와 합병 준비를 위한 협의체도 만들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보험업 특성상 자본 건전성 유지를 위해 꾸준한 자본확충이 요구되는바, 캐롯손보의 재무건정성 해결을 위해 양사 간 정례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며 합병도 그중 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캐롯손보의 지분구조는 한화손보 59.67%, 티맵모빌리티 10.74%, 카발리홀딩스투자 8.4%, 알토스벤처스 7.2%, 현대자동차 2.5% 등으로 구성됐다. 한화손보가 캐롯손보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한 후 흡수합병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캐롯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지난 2019년 5월 설립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내놨고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출시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주력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졌고, 출범 이후 매년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국 자본 건전성이 악화했다. 캐롯은 2019년 91억 원, 2020년 381억 원, 2021년 650억 원, 2022년 795억 원, 2023년 760억 원, 지난해 66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캐롯은 지급여력(K-ICS, 이하 킥스) 비율 도입 전 3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2022년 3분기 킥스 비율을 656%까지 끌어올렸지만, 지난 2년 사이 킥스 비율은 급격히 악화했다. 캐롯의 지난해 말 킥스 비율은 156.24%로, 전 분기 189.44% 대비 33.2%포인트(p) 감소했다. 이에 대주주인 한화손보는 캐롯에 더 이상의 유상증자 대신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손보는 지난 2019년 캐롯의 출범으로 CM 채널에서의 영업이 제한됐다. 당시 보험업 허가 정책 중 하나인 '1사 1라이선스 정책'은 금융그룹 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각 1개사만 두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다만 판매 채널을 따로 분리한 온라인 전문 보험사는 추가로 둘 수 있었는데, 한화손보의 자회사인 캐롯이 여기에 속했다.
그러나 온라인 전문 보험사를 새로 만드는 경우 기존 종합 보험사는 온라인 전문 보험사와 겹치는 부문의 온라인 채널에서는 손을 떼야 했다. 이 때문에 한화손보는 2019년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에서는 CM채널을 철수하고 장기보험에서만 CM채널을 운영해 왔다.
2022년 금융위원회가 '보험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1사 1라이선스 정책을 완화하면서 한화손보도 CM 채널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화손보는 CM 채널을 통해 △운전자보험 △일반보험 △장기보험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캐롯은 △자동차보험 △운전자보험이 △해외여행보험을 판매 중이다.
한화손보가 캐롯을 흡수합병할 경우 자동차보험 판매 건수 업계 5위사인 메리츠화재를 앞서게 된다. 지난해 기준 한화손보의 자동차보험 판매 건수는 181만 2451건으로 전년도 183만 3235건보다 2만건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캐롯의 자동차보험 판매 건수는 67만 6842건으로 6만 5000건 이상 늘었다.
한화손보와 캐롯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판매 건수 합은 250만 건에 육박해 지난해 199만 건을 판매한 메리츠화재를 크게 앞서며 자동차보험 판매 건수 5위사로 도약하는 동시에 업계 4위사인 KB손보와는 약 120만 건 차이로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별 지난해 자동차보험 판매 건수는 삼성화재 619만 건, DB손해보험 518만 건, 현대해상 514만 건, KB손해보험 372만 건을 기록했다.
상위 4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85.3%다. 같은 기간 메리츠·한화·롯데·엠지·흥국화재 등 중소형 손보사의 시장점유율은 8.3%로 0.1%p 감소했지만 비대면 전문사인 악사·하나·캐롯의 점유율은 6.4%로 0.1%p 증가했다. 또 대면채널의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은 47.8%로 1.9%p 감소한 반면 CM채널의 판매 비중은 35.8%로 2%p 증가했다.
특히, 지난 5년 사이 비대면 전문사를 중심으로 한 CM채널의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은 많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대비 지난해 비대면 전문사의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은 1.1%p 증가했고, 같은 기간 CM채널 판매 비중은 무려 10.5%p나 증가했다. 한화손보가 캐롯을 흡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향후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손보가 캐롯을 흡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가파른 성장이 기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 비대면 전문사와 CM채널의 점유율이 늘고 있는 만큼,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한화손보와 캐롯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이고, 메리츠화재를 넘어 업계 4위사인 KB손보의 자리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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