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투표' 고3 19만명…"차기 정부, 협력으로 문제 해결하길"
18세 학생 유권자, 20대 대선보다 6만5000명 늘어
투표율 71.3%, 2030보다 높아…정치권 투표 독려
-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첫 투표가 계엄과 탄핵 이후 치러질 줄 몰랐는데요. 그만큼 책임감도 더 커진 것 같아요."
경기도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이 모 군은 지난달 29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다.
이 군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군이 헬기를 동원해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던 TV 화면을 떠올렸다. 대통령도 탄핵당한 만큼 이제는 선거를 계기로 나라가 회복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에게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살펴봤다"는 이 군은 집으로 배송된 후보들의 공약집과 TV 토론까지 챙겨본 뒤 투표장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3학년 김 모 양도 3일 생애 첫 표를 던질 계획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김 양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후보를 뽑을 계획"이라며 "제 한 표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이 군과 김 양처럼 투표권을 가진 전체 학생 유권자 수는 19만 2439명이다. 지난 2019년 국회가 선거법을 개정해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춰 2007년 6월 4일에 태어난 청소년까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황금돼지띠' 해에 태어난 고3 학생 수가 예년보다 늘었다. 학생 유권자 수도 2022년 제20대 대선(12만 6509명)보다 6만 5930명 증가했다. 지난 대선에선 청소년 유권자 투표율이 71.3%를 기록할 만큼 20대(71.0%)·30대(70.7%)보다 다소 높았다.
벌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투표를 마친 뒤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어 투표를 인증하는 청소년들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에 도장을 찍어 투표를 인증하는 방식도 유행하고 있다.
고등학생 유권자 수가 늘어난 데다 선거 참여도 활발할 만큼 정치권도 학생들을 만나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4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대안학교에서 올해 첫 투표권이 생긴 고3 학생들을 만나 온라인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배현진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 직후 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차기 정부를 향해 바람을 전했다.
이 군은 "TV 토론을 보는 데 후보들이 정책보다는 서로를 공격하는 데 더 관심을 둔 것 같다"며 "다음 정부에서는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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