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그때가 '태평성대'였더라
(서울=뉴스1) 국종환 경제부 부장 = "지나고 보니 그때가 가장 태평성대였다."
국민들이 역대 정권에 내리는 평가 중 가장 최고의 표현일 것이다. 단연 그 기준은 '경제 성과'이다. 배부르고 등이 따스하니 임금이 누군지 알 바 아니라던 고복격양(鼓腹擊壤) 고사의 유래처럼, 국민들의 배를 채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정치다.
그러나 두 거대 정당은 지난 정권 내내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경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경제를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30여 차례 이어진 줄탄핵은 미국과의 관세전쟁 한복판에서 경제 사령탑까지 공석으로 만들며 한국 경제를 올스톱시켰다.
그 결과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성적표로 우리에게 날아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낮췄다. 올해 2월만 해도 1.5%를 전망했는데 3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우리 경제가 1% 미만 성장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대형 위기 때를 제외하곤 없었다.
계엄·탄핵 정국에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자 내수침체는 심화됐고, 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그나마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 마저 고꾸라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산업생산은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소비·투자 역시 2개월 연속 줄어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감소한 것은 올해 1월 이후 석 달 만이다. 5월 수출은 지난해보다 1.3% 감소해 수출 증가율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미국의 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이 8% 이상 급감했다.
성장 전망이 0%대로 추락하자, 주요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경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취임 1호 지시로 '비상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설치를 예고하며 "시급한 민생 문제에 우선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비상 경제 워룸' 설치 계획을 밝히며 "취임 당일 30조원 규모의 민생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불과 몇개월 만에 바뀐 정치권의 경제를 대하는 태도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늘 그래 왔듯 "이번엔 다르겠지"라고 자위하며 또다시 기대를 품고 지지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새 정부는 얼어붙은 소비·기업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경제활성화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기업 성장을 옥죄는 규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동시에 장기 침체에 빠진 소상공인이나 재정승수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중심으로 추경 예산을 투입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내수·수출 감소의 직격탄이 된 미국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우리나라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동시장 개선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구조조정에도 힘써야 한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향후 임기를 마칠 때 국민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 정치든 지도자든 다른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란다.
OOO정부, 지나고 보니 그때가 '태평성대' 였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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