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긴 터널 끝날까…대선 후 2차 추경·관세 협상에 달렸다
건설·소비 부진 지속…기업·소비심리는 반등하며 개선 조짐
"소비 상반기·건설 하반기 반등" 전망…관세전쟁·2차 추경 변수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장기간 지속된 내수 부진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미국발 관세전쟁 등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대선 이후 관세 협상, 경기진작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에 따라 내수 반등 여부도 좌우될 전망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재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1.4(2020=100)로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기준년(2020년) 이후 2021년 9월 109.1로 정점을 찍고 하락해 2023년부터 줄곧 10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은 2023년보다 2.2% 감소했는데, 이는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건설 부진 역시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전년 동기 대비 20.7% 급감해 4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외환위기가 덮친 1998년 3분기(-24.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건설기성액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바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 4.1% 증가하는 등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다만 관세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 기업 수익성 악화가 전망되는 만큼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이 완화될 조짐도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8포인트(p) 상승한 101.8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12.3p) 이후 4년 7개월(5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기준치인 100을 넘었다. 계엄령 사태 직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소비자 심리와 함께 기업심리도 반등했다.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0.7로 전월 대비 2.8p 올랐다. 지난해 11월(91.8) 이후 최고치다.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계엄령 사태 이전으로 상당 부분 회복한 셈이다.
연구기관 등에서는 내수 지표가 올해 바닥을 치고 점차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2월보다 0.7%포인트(p) 대폭 하향 조정한 0.8%로 제시했다. 내년에는 1.6%로 올해 대비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0.8% 성장률의 기여를 부문별로 보면 내수 기여도가 0.8%p, 순수출 기여도는 0%p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1.6% 성장률에는 내수 기여도가 1.9%p, 순수출 기여도는 -0.3%p로 내수가 성장률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당시 지방 주택을 굉장히 많이 공급했고, 경기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건설경기가 나빠진 것"이라며 "과거 투자한 집들이 해결되고 조정되면 경기가 개선될 텐데 그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내수는 민간소비가 1분기 저점을 이루고 올라가고, 건설경기는 하반기를 저점으로 해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행 지표가 반등하는 가운데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 대선 후 2차 추경 등이 실제 내수 반등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거나, 미국과 주요국의 관세전쟁이 격화될 경우 수출뿐 아니라 경제 심리 재악화로 소비·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이 기본 전망 대비 0.1%p 낮은 0.6%, 내년 성장률은 0.4%p 낮은 1.2%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대선 이후 있을 것으로 보이는 2차 추경 역시 내수반등을 위한 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30조 원 내외 규모의 대규모 2차 추경을 공약한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이 편성되면 성장률이 0.4~0.5%p가량 높아질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재정승수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 분야에 추경 예산을 투입해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30조 원 규모의 추경은 경기부양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나 소상공인 등에 무게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건설 부문 침체가 심하기 때문에 교통 인프라, 저소득층 거주 지역 인프라 구축 등 SOC에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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